건강 / / 2023. 4. 24. 19:13

도서 '음식 경제사', 음식이 만든 인류의 역사

음식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이 책에서는 음식과 경제의 다양한 측면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은 이 책을 읽고 공장제 식빵의 경제학, 엥겔의 법칙과 메모리 음식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내 견해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공장제 식빵의 경제학 

왜 이렇게 많은 국가의 부자들이 맛없는 빵을 먹는 걸까? 가난한 사람들도 주로 맛없는 빵을 먹긴 하지만 이들에게는 애초에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정말로 이해하기 힘든 것은 부자들이 너무나도 자주 그런 맛없는 빵에 만족한다는 것이다. 부유한 현대사회의 기이한 점은 풍족해질수록 빵을 덜 먹고, 심지어 자기가 먹는 빵의 품질에도 관심을 덜 기울인다는 것이다. 공장제 '빵'은 소금 함량만 높은 것이 아니다. 설탕도 많이 들어있고 '반죽 조절제'와 방부제가 첨가될 뿐만 아니라 오븐에 들어가기 전에 발효도 거의 거치지 않는다. 빵이 '농가식'이든 '저 탄수화물'이든 '통밀'이든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물질을 '빵'으로 받아들인다. 어쩌면 이런 빵을 더 선호하기 시작했을 수도 있다. 이게 바로 우리가 아는 빵이기 때문이다. 다른 식품과 마찬가지로 공장제 식빵은 타협에서 나온 선택이다. 하지만 우리는 늘 특정 식품에 대해 더 쉽게 타협한다. 그리고 우리가 자기 돈으로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우리 문화가 무엇을 중시하는지 보여준다. 신선한 블루베리를 예로 들어보자. 과거에 블루베리는 사치품이었으나 오늘날 영국에서 초고속 블렌더로 스무디를 만들어 먹는 것은 유행하고 블루베리가 '슈퍼푸드'가 되면서 생블루베리의 판매량이 사과와 바나나 판매량을 앞질렀다. 많인 이들에게 베리류는 이제 사치품이 아닌 주식이다. 반면 빵은 수백 년간 차지해 온 주식의 지위를 잃을 위험해 처했다. 우리 문화는 가장 기본적인 식품인 빵의 품질보다 운동 후에 먹는 간식의 품질에 더욱 집착한다. 빵의 가치 하락은 우리 문화가 더 이상 음식을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일종의 여가활동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영양 전이는 주로 경제가 번영하면서 발생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번영이 늘 주식의 품질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으며, 오히려 반대 상황이 많이 벌어지곤 한다. 사람들은 부유해지면 자연히 더 영양이 풍부하고 고품질의 음식을 먹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생활수준이 향상되면 양은 많지만 질은 낮은 식단이 따라온다. 증조할머니 세대처럼 우리 역시 빵이나 쌀 같은 따분한 주식보다는 고기, 과일, 설탕처럼 무언가를 축하하기 위한 음식을 훨씬 가치 있게 여긴다. 하지만 증조할머니 세대와는 달리 우리는 특별한 음식을 너무 많이 먹게 된 나머지 기본 식품을 무시하기 시작했다. 

 

엥겔의 법칙

오늘날 인류는 소득의 극히 일부만 식품에 사용한다. 전에 없던 일이다. 현대 식단의 다른 측면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현상은 축복이자 저주다. 소득이 증가하면 식품비의 절대 금액은 늘어나더라도 전체 소득에서 식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낮아진다는 것이 경제학의 철칙이다. 일단 기초 생활수준이 충족되면 휴가나 텔레비전, 스마트폰, 앱처럼 음식 외에 사고 싶어 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부유한 국가의 국민이 다른 품목에 비해 식품에 돈을 덜 쓴다는 사실은 독일의 통계학자 에른스트 엥겔의 이름을 따서 엥겔의 법칙이라 부른다. 엥겔은 노동계급의 생활방식을 연구하며, 대부분의 삶을 보냈다. 그는 가난한 가족일수록 가계소득에서 식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엥겔은 이 음식 소비에 관한 법칙이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에도 적용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부유한 국가일수록 식품에 대한 지출비중이 낮았고, 가난한 국가일수록 식품에 대한 지출 비중이 높았다. 모든 경제학자가 동의할 수 있는 경 제법직은 그리 많지 않다. 인간의 생활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새로운 환경 속에서 오래된 경제법칙은 비웃음의 대상이 되곤 한다. 하지만 엥겔의 법칙은 150여 년간 그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메모리 음식

음식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메모리 음식'이라고 부르는 기억 속의 음식이 그것이다. 아주 오래된 어린 시적의 기억과 연관된 음식들로 오랜 시간이 지난 훗날까지도 특별한 기억 속의 장면들과 함께 떠오르며 훈훈함을 가슴속 가득히 느끼게 해 주고 행복한 기분으로 깊이 빠져들게 해주는 그런 음식이다. 나에게도 여러 가지 그런 메모리 음식이 있지만 그중 한때 가난했던 어린 시적의 기억을 대표하는 옥수수빵을 빼놓을 수 없다. 그 당시 미국 정부의 원조를 받아 각 학교마다 무료 급식용으로 보급되었던 둥글납작한 타원형의 노란 옥수수빵의 맛은 생각할 때마다 나를 행복감에 젖게 한다. 오랜 미국생활을 하면서 요즘도 나는 카페테리아나 슈퍼마켓 안에 있는 값이 저렴한 빵집에 들러 듬성듬성 사각으로 잘라놓은 노란 미국식 옥수수빵을 산 뒤 조금씩 손으로 뜯어 입안으로 넣는다. 그러면 가난해서 비극적으로만 느껴졌던 그 시절의 기억들이 분홍빛 수소 풍선을 단 양 두둥실 떠올라 하늘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내 앞에서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듯하다. 경제가 풍요로워지고 삶이 윤택해지면서 새로운 음식도 다양하게 많이 생기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시대에 먹었던 음식들이 지금 날까지 유지되는 이유가 이러한 경험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러한 메모리 음식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힘든 시절의 기억을 즐거움으로 바꾸어주기 때문에 소비하는 거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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